더퀘스트 ‘방구석 삼국지 기행’ 출간

유튜버 기행장군 양양이 800만 조회

조조가 술 마시던 그곳 ‘공간이동’

유비·관우의 숨은 핫플 책에 담아

한 편의 삼국지 시리즈 영화 본 느낌

더퀘스트 출간 ‘방구석 삼국지 기행’

삼국지에 미친 한 남자가 역사의 현장을 발로 뛰며 기록한 발칙한 기행서 하나가 나왔다. 6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기행장군 양양이’ 운영자 박창훈씨가 가더퀘스트에서 출간한 ‘방구석 삼국지 기행’이다.

‘에이 또 삼국지야’하며 콧방귀를 끼다 이 책을 펼치면 깜짝 놀란다. 평면적이고 지루한 역사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행장군 양양이 박창훈씨는 아예 삼국지를 따라 발로 뛰었다. 유튜브로 볼 수 있는 그의 영상은 ‘삼국지 영웅들의 요람부터 전투 현장,무덤까지 직접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다. 2019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무려 80곳의 포인트를 찍었다.

답사의 질도 다르다. 저자는 여행이 좋아 삼국지에 빠진 것이 아니다. 역사학을 전공하고,중국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은,역사 전문가다. 삼국지 덕후로서 구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행 전 관련 문헌을 여러 차례 검증하고,사료와 지리를 대조하는 작업을 거친 것도 매력이다.

‘방구석 삼국지 기행(위나라,촉나라 편)’에서는 도성과 영웅들의 무덤,전장은 물론이고 조조에 대한 현지인들의 평가,헌제가 이각을 피해 도망쳤다는 절벽,여포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는 전설의 바위까지,역사와 공간 그리고 전설과 고증이 교차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위나라와 촉나라의 이야기를 1,2부로 나누어 구성한 것도 눈에 띈다. 1부에서는 조조의 스토리가 테마다. 조조의 고향인 초현,서주 대학살이 벌어진 장소,헌제의 장안 탈출 경로,허창에서 업성까지 이어지는 조조의 도시 등을 직접 찾아가 그 배경과 의미를 재해석한다. ‘허창에서 업성까지 조조의 제국에 서다’에서는 백마 전투지,동작대,수로 개통지 등을 연결해 조조의 정치적 야망이 구체적으로 어떤 땅 위에서 실현되었는지를 설명한다.

2부 촉나라 편이다. 유비 고향에 서 있는 뽕나무,도원결의 사당,유비가 다스렸던 지역,한중전투가 벌어진 장소 등을 방문한다. ‘진짜 적벽을 찾아가는 길’에서는 적벽대전이 벌어진 실제 무대와 함께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장강 하구,조조군이 대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알아가는 여정도 맛깔스럽다.

각 장에는 초심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지식’을 실어두고 있다. 유튜브 영상과 연계한 ‘QR코드’가 삽입돼 있으니,눈으로 볼 수도 있다. 저자의 ‘기행 루트’를 보여주는 지도가 수록된 것도 잊지 마실 것. 여포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는 전설 속 바위,조운이 기댄 흔적이 남아 있는 기둥,장비의 무덤 등 흥미진진한 볼거리도 가득하다.

초심자에겐 친절한 해설서로,삼국지 마니아에겐 새로운 시선으로 ‘삼국지’를 바라보게 하는 계기로 다가간다.

책에서는 명소를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능숙한 중국어로 현지 주민과 소통하면서 생생한 ‘삼국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필자 역시 한국사를 전공한 역사학도다. 그래서 잘 안다. 사실 역사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역사 속의 옛 성과 전장을 찾아가는 터라 교통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길이 잘 닦이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책 곳곳에 박창훈씨가 열정과 애정을 원료 삼아 ‘돌다리가 없으면 만들어’ 다닌 흔적이 눈에 띄니,반갑다.

유튜브 채널까지 있으니 책과 영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도 묘한 매력이다. 넓디넓은 중국의 고성,거대한 산과 강줄기를 담아내는 노력에 채널 구독자들은 열광한다. 방구석에서 ‘삼국지’ 현장을 편하게 즐긴다,여타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공중파 다큐멘터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 등 극찬이 줄줄이 어어진다.

그나저나 이럴 수가 있나. 방구석 삼국지 기행. 책을 읽은 게 아니라,한 편의 삼국지 시리즈 영화를 본 느낌이라니.

신익수 여행전문기자